eastern-divination.com

Juyeok

주역

동아시아의 역사 철학적 배경 :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

작성자
pnb4all@gmail.com
작성일
2025-04-04 05:08
조회
25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이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개인과 집단의 활동과 역사적 유산을 분석하며 파악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아시아인이 이룩한 문화의 공통성과 연관성을 실측하여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문화의 가치에 대한 탐구가중요하다. 동아시아 지역이라는 공간적 주체에서 보면 지정학적 문화가 지역적 정체성과 함께 동아시아 담론을 구성한다. 동아시아 지역이 하나가 되어 가는 근저에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공유된 문화적 유산과 함께 현대의 사회·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담론은 지역화의 흐름에 기인한다. 현재 통용되는 동아시아 개념은 중국에 있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에 있어서 동아시아는 중국이 속해 있는 지역이라기보다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변방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의 정체성은 한·중·일 3국의 국민 국가 연합이 아니더라도 유교와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의 지적 자산을 토대로 동아시아 고유의 문화·사회적 요소가 담긴 역사 세계를 만들어 왔다.

동아시아 지역의 정체성은 고정적이고 정태적 상태에서 수평으로 펼쳐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유동적으로 계속 변형되면서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 지역은 다양한 모습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 준다. 서로 다른 수준에서 보여 주는 차이는 문화적 차등이 아닌 동아시아 담론을 깊게 하는 다양성이다. 다양한 생활 세계에서 경험한 역사적 체험은 일정한 세계관을 형성하게 되는데, 동아시아 역사 세계에서 체험의 세계관을 연역해 가면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분지도(三分之道) 사상에 이른다.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인간의 문화와 가치에 관한 일반적인 전제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며 동아시아 세계의 보편적 관념이기도 하다. 이 관념은 송나라 때 이르러 더욱 분명하게 확립되며, 그 역사적 근저는 춘추 전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 전국 시대는 ‘문명의 도약’이라 할 만큼 시대적 전환기였다.

춘추 전국 시대는 주나라가 주도하던 봉건제 질서의 약화와 경제·군사적 지위를 앞세우는 새로운 질서 체계의 시대로 변하면서 제후들의 독립과 전쟁, 새로운 사상적 조류가 횡행하던 시기였다. 이후 진(秦)을 거쳐 한(漢)에 이르러 유가 사상은 국가 통치의 유일한 이념이 되었다. 유가 경전 중 『주역』은 동아시아인들의 세계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다. 『주역』의 기본 출발은 천지를 커다란 생명의 총체로 보며, 우주는 음과 양의 조화와 변화로 만물이 생성하고 성장하며 소멸하고, 변화와 움직임으로서 생(生)의 원리와 가치를 강조한다.

동아시아 사상의 중요한 특징은 우주 질서의 기본 원리로서 ‘자연 질서와 인간 질서의 궁극적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 삶의 가치 판단에서 자연 질서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현상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인간사의 근원에 대한 답이었다. 자연 변화는 생명의 쉼 없는 생성과 성장 활동이고 이러한 자연 원리를 본받는 것이 흉(凶)을 피하고 길(吉)한 상황으로 가기 위해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이다.

『주역』에 나타난 자연 변화에 관한 세계관은 한나라 때 동중서(董仲舒, 서기전 176?~서기전 104)가 자연 변화에 관한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이론으로 정립했다. 그는 음양, 오행, 천인감응, 천인합일 등의 개념을 사용하여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논리적 종합을 시도했다. 이로써 오랜 기간 유가 사상의 중요한 문제였던 천인합일의 의미는 개별적 생명 존재가 기능적으로 합해지는 ‘이질적 통일성’을 의미하게 되었다.

동중서는 진의 멸망과 새롭게 건국된 한 왕조의 정통성을 위해 여러 사상을 종합한 통일된 체계인 대일통(大一統) 사상을 수립했다. 천인감응설은 한 무제의 중앙 집권적 통치체제 강화를 위한 대일통 사상을그 토대로 한다. 천인감응설의 연원은 주나라의 천명(天命)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주역』 건괘 「상전」의 “하늘의 운행은 강건하고 이로써 군자가 쉬지 않고 운행하는 자연에서 자강불식(自彊不息)하는 태도를 본받는 것”은 자연을 도덕의 근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늘의 운행은 자연의 변화를 도모한다. 자연의 변화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루어진다. 이렇듯 사람도 하늘의 운행을 본받아 자강불식한다. 따라서 하늘과 인간의 관계, 즉 천인 관계는 군자가 하늘을 본받는 관계가 되어 합일한다. 따라서 성인은 하늘로부터 감응하여 본받게 된다.

동중서는 천인감응설을 통해 군주의 권력은 하늘로부터 부여받는 군권신수(君權神授)를 주장했는데 군주 통치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시도였다. 상응(相應)은 하늘이 인간사에 관여하고 인간의 행위는 하늘과서로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지가 먼저 있었고 그 후 인간과 각종 생명체가 생겨났다. 따라서 인간은 하늘로부터 시작된 존재이며 하늘과 통하며 하늘을 본받고 천명을 존중하게 된다.

하늘이 인간을 낳았으므로 각자의 명(命)을 가지는데 여기서 명은 선진(先秦) 유가(儒家)의 관점과 통한다. 천명은 인간의 생명과 인성의 근원이며 자연 질서와 법칙을 주재한다. 이러한 천명을 인간 생명의 근원으로 보는 유가의 천인관은 군주가 천명 때문에 결정된다는 유가 특유의 사상을 거쳐 천을 인간 생활의 규범적 근원으로 보는 도덕적 천명사상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천명과 인명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명이 천명이 된다. 천과 인의 관계는 인간이 하늘로부터 명을 받고 태어난 존재로 설정된다. 그러므로 천인 관계는 자연과 인간, 객체와 주체, 존재와 인식이라는 철학의 기본 문제를 포괄한다.

천인합일은 하늘과 사람을 하나로 보는 사상으로 생명 본질의 가치를 담고 있는 관념이다. 따라서 우주 현상에 대한 근본적 인식으로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보편적 사유로 삼는다. 우주에 대한 인간 의식에 생명 정신의 본령이 깃들어 있고 인문에 대한 자각에는 성인정신(聖人情神)의 본령이 깃들어 있다. 우주의 생명 정신이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간의 생명 의식의 정당한 발현이라면 인문의 성인정신은 생명의 가치를 윤리적 가치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주의 생명 정신’과 ‘인문의 성인 정신’은 자연 질서와 사회의식, 천도와 인도 등의 화합하는 차원과 통합적 지형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관건이다.

서양 철학이 외재적 현상과 내재적 실재를 이원적 사유로 분리하여 파악하는 것에 반해 동양 철학은 총체적 질서로서의 우주를 사유하면서 삶의 질서를 우주의 전체적 질서와의 조화로운 관계로 파악한다. 그 조화로운 관계의 핵심이 생명이다. 『주역』은 생명성의 원리에 대해 “하늘과 땅의 큰 덕이 생(生)”이라고 말한다. 우주의 내적 생명력은 천체의 운행 질서와 존재하는 모든 현상과의 조화나 화합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자연계의 자기 생산적 또는 자기 창조의 과정은 변통관으로 표현된다.

합일(合一)은 사물이나 사건을 이루는 원소의 동일성 또는 서로 분화되지 않는 연속성의 일치를 말하기보다는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각각의 기능이 자유롭게 발휘하는 정체성의 화합으로 볼 수 있다. 즉,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조화이다. 『주역』 건괘 「단전」에서 “건의 도가 변하고 화합함에 각각 타고난 성명을 바르게 하고 큰 조화를 이루고 유지하는
것이 이롭고 바르다.”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천인합일의 의미는 자연과 인간을 포괄하는 모든 영역에서 각각의 생명성을 인정하고 유기체적으로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에 대한 유기체적 과학관으로 발전한다.
전체 0

error: Content is protected !!